12월을맞이 하며..12월의 첫날 아침, 거실 벽에 걸린 달력을 바라본다.지난 계절의 색은 이미 바래어, 종이 끝은 누렇게 말라가고 있다.한 장 한 장 손가락 끝으로 넘겨왔던 시간들—웃음이 있었고, 고단함이 있었고, 아무 말 없이 지나쳐 보낸 날도 있었다. 그 모든 날이 1년이라는 이름 아래 차곡하게 쌓여 있었다.11개월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묵직하다.새벽에 일어나던 습관, 사소한 다툼, 예상치 못한 기쁨, 마음을 쓸어내리던 순간들까지.시간은 늘 조용히 흐르지만, 지나고 나면 그 흔적은 어김없이 마음에 남는다.그래서일까, 달력을 바라보고 있자니 섣불리 넘기지 못하는 미련 같은 게 자꾸 따라붙는다.12월은 시작 같으면서도 끝에 가까운 달이다.한 해를 정리할 수 있을 만큼 차분하고, 새해를 맞이할 만큼 미묘..
🍽️ 28편《삶에 스며든 사랑의 순간 》《망우리 시장골목, 생선구이 굴뚝 아래에서》— 소박한 연기 속 사랑이 피어나던 날“특별하지 않아도그 사람과 함께했던 풍경은마음속에서 언제나가장 따뜻한 풍경으로 남는다.”조용한 밤.창밖에 불빛은 길게 번지고,미정이는 잠들기 전문득 한 장면을 떠올린다.바로,망우리 시장 골목 안쪽,연기 자욱한 생선구이집에서둘이 마주 앉았던 날의 기억.미정 (속마음)그 날의 냄새,지금도 코끝에 맴도는 것 같아.노릇하게 익어가는 고등어,당신이 젓가락으로 나눠주던 그 정성.우리는 화려한 데이트보다그렇게 작은 테이블 앞에서서로를 더 잘 바라보았지.회상 속 대화 – 그날의 생선구이집경호“여보, 이 살 봐. 잘 익었지?”(젓가락으로 한 점 집어 미정 쪽으로)미정“어머, 당신은 왜 매번 나 먼저 ..
그저 좋다는 말 속의 마음창가에 스며드는 햇살이 유난히 따스한 어느 오후, 문득 당신을 떠올리며 나는 펜을 든다. 물 흐르듯 마음이 포개지고, 숨 쉬듯 서로에게 편안해지는 우리의 시간을 가만히 헤아려 본다.사람들은 이런 관계를 ‘그냥’이라고 부를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세상에 ‘그냥’ 피어나는 꽃은 없다는 것을.내가 당신 곁에서 누리는 이 포근한 안식은, 어쩌면 당신이 소리 없이 끌어안았을 서늘한 불편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내가 기댈 수 있도록 기꺼이 단단한 벽이 되어주고, 나의 어둠을 밝히기 위해 스스로를 태웠을 당신의 시간을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아련해진다.일방적인 돌봄은 결코 깊은 뿌리를 내릴 수 없다. 우리의 관계가 이렇게 단단해진 것은 서로를 향한 묵묵한 배려와 기다림이 겹겹이 쌓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