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을맞이 하며..
12월의 첫날 아침, 거실 벽에 걸린 달력을 바라본다.
지난 계절의 색은 이미 바래어, 종이 끝은 누렇게 말라가고 있다.
한 장 한 장 손가락 끝으로 넘겨왔던 시간들—웃음이 있었고, 고단함이 있었고, 아무 말 없이 지나쳐 보낸 날도 있었다. 그 모든 날이 1년이라는 이름 아래 차곡하게 쌓여 있었다.
11개월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묵직하다.
새벽에 일어나던 습관, 사소한 다툼, 예상치 못한 기쁨, 마음을 쓸어내리던 순간들까지.
시간은 늘 조용히 흐르지만, 지나고 나면 그 흔적은 어김없이 마음에 남는다.
그래서일까, 달력을 바라보고 있자니 섣불리 넘기지 못하는 미련 같은 게 자꾸 따라붙는다.
12월은 시작 같으면서도 끝에 가까운 달이다.
한 해를 정리할 수 있을 만큼 차분하고, 새해를 맞이할 만큼 미묘하게 설렌다.
그래서 우리는 이 달 앞에서 조금 더 조심스럽다.
남은 날을 어찌 보내야 할까, 누구의 손을 더 따뜻하게 잡아줄까,
무엇을 놓고 무엇을 안아야 할까—그런 질문들이 마음을 천천히 흔든다.
바람이 더욱 차가워질 이 계절에 바라는 것은 그리 크지 않다.
몸이 다치지 않고, 마음이 무너지지 않고,
우리 가정에 웃음이 하루에 한 번만이라도 피어났으면 한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서로의 얼굴에서 따뜻한 표정 하나쯤은 찾을 수 있기를.
12월은 아직 첫 줄에만 흔적이 남아 있다.
그 위를 어떤 순간으로 채워갈지는 여전히 우리에게 달려 있다.
일상을 닮은 소박한 웃음이어도 좋고,
잠깐의 휴식과 따뜻한 차 한 잔이면 더없이 충분할지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 날,
달력의 마지막 칸에 작은 점 하나 찍으며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참 잘 견뎠다.
올해도, 그리고 우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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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좋은 글> 中에서-
>이미지 출처 -<무료 및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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