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좋다는 말 속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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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좋다는 말 속의 마음

창가에 스며드는 햇살이 유난히 따스한 어느 오후, 문득 당신을 떠올리며 나는 펜을 든다. 물 흐르듯 마음이 포개지고, 숨 쉬듯 서로에게 편안해지는 우리의 시간을 가만히 헤아려 본다.
사람들은 이런 관계를 ‘그냥’이라고 부를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세상에 ‘그냥’ 피어나는 꽃은 없다는 것을.

내가 당신 곁에서 누리는 이 포근한 안식은, 어쩌면 당신이 소리 없이 끌어안았을 서늘한 불편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내가 기댈 수 있도록 기꺼이 단단한 벽이 되어주고, 나의 어둠을 밝히기 위해 스스로를 태웠을 당신의 시간을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아련해진다.
일방적인 돌봄은 결코 깊은 뿌리를 내릴 수 없다. 우리의 관계가 이렇게 단단해진 것은 서로를 향한 묵묵한 배려와 기다림이 겹겹이 쌓였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봄비가 되고, 수선화가 되어주었다. 때를 기다리는 참을성을 배우고, 주고도 내색하지 않는 넉넉함을 익혔으며, 받은 온기를 잊지 않고 향기로운 꽃으로 화답하는 마음을 나누었다. 그렇게 우리의 계절은 소란스럽지 않게, 그러나 오롯이 서로에게 스며들며 깊어졌다.

이제 우리는 세상 가장 든든한 공범이 되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진심을 입증할 수 있는 유일한 증인이자, 침묵 속에서도 모든 언어를 읽어낼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되었다. 우리의 이야기는 함부로 누설할 수 없는 우리만의 비밀이 되어, 서로의 삶을 더욱 단단히 얽어맨다.

오랜 시간 마음을 엮어 황금보다 귀한 신뢰를 쌓아 올린 지금에서야 나는 ‘그냥’이라는 말의 무게를 실감한다. 수많은 말들을 녹여내고, 숱한 마음들을 우려내야만 비로소 건넬 수 있는 그 한마디.

이제야 고백할 수 있다.
“그대가 좋아서, 우리를 둘러싼 이 모든 풍경이, 이 모든 시간이 그냥 다 좋다고.”

세상의 모든 ‘그냥’이라는 말 속에는 이토록 깊은 마음이 숨어 있다는 것을, 나는 당신을 통해 매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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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좋은 글> 中에서-
>이미지 출처 -<무료 및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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