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에 마음을 띄우고
- □ 전하고싶은 글
- 2026. 2. 19.
흐르는 강물에 마음을 띄우고
삶....
삶의 파고가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가만히 앉아, 손바닥에 남은 모래알을 바라보는 마음.
나이가 든다는 것은 손에 쥐려 애썼던 것들을 하나둘 놓아주는 법을 배우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젊은 날의 나는 오만하게도 삶이 나의 설계도 안에서만 움직여줄 것이라 믿었다. 간절히 원하고 치열하게 노력하면, 건강도, 사랑도, 명예도 영원히 내 곁에 박제해 둘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은 언제나 내 보폭보다 앞서 달려나갔고, 삶은 예고 없이 항로를 틀어 나를 낯선 해안가에 내려놓곤 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꽉 쥔 주먹 안에는 아무것도 담길 수 없다는 것을. 손을 펴야만 비로소 바람도, 햇살도 머물다 갈 수 있다는 사실을요."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등을 돌릴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의 민낯을 마주한다. 아침이면 거뜬히 일어나던 몸에 작은 통증이 스밀 때, 영원히 타오를 것 같던 사랑이 차가운 재가 되어 흩어질 때, 우리는 당혹감과 두려움에 밤을 지새운다. 돈과 명예 또한 마찬가지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물처럼, 그것들은 잠시 내 곁에 머물며 나를 설레게 했다가도 어느샌가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린다.
진실 또한 그렇다. 당장이라도 세상 앞에 명명백백히 드러날 것 같다가도, 때로는 긴 침묵의 터널 속에 묻혀 기약 없는 기다림을 요구한다. 이 모든 것들은 인생이라는 긴 여정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우리를 지켜보는 손님일 뿐이었다. 우리는 그 찰나의 머무름에 마음을 다 빼앗겨, 그것이 떠나갈 때마다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아픔을 겪는다.
"아프지 않고 깊어지는 마음이 어디 있을까요. 상처가 아문 자리에 굳은살이 박이듯, 상실의 고통이 지나간 자리엔 비로소 삶을 긍정하는 단단한 마음이 돋아납니다."
이제야 깨닫는다. 인생은 무언가를 악착같이 소유하는 문제가 아니라, 나에게 찾아온 것들을 어떻게 잘 '통과'시키느냐의 문제라는 것을. 건강도, 사랑도, 시련조차도 우리를 스쳐 지나가며 각기 다른 무늬의 흔적을 남긴다. 어떤 것은 기쁨으로, 어떤 것은 눈물겨운 상처로 남지만, 그 모든 경험의 파편들이 모여 결국 '나'라는 사람의 깊이를 완성한다.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그것만큼 공평한 축복도 없다. 누구에게나 내일이라는 백지는 공평하게 주어지며, 변화의 가능성은 모두에게 열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이라는 시간이 더욱 애틋하고 소중해진다. 지금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의 온기, 큰 탈 없이 숨 쉬는 이 순간의 평온, 그리고 거창하지 않아도 정직하게 채워가는 하루의 성실함.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장 커다란 기적이 아닐까.
인생은 억지로 붙잡는 것이 아니라,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을 가만히 바라보는 일이다. 잠시 멈춰 선 축복에 감사하고, 다시 흐름이 시작될 때 담담히 손을 흔들어 보내주는 마음. 그 조심스럽고도 깊은 수긍의 태도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진정한 어른이 되어 간다.
"오늘도 당신의 하루가 고요히 흘러가기를 바랍니다. 잡으려 애쓰지 않아도, 당신 곁을 스쳐 가는 그 모든 순간이 당신을 더 아름답게 빚어낼 테니까요."
>출처 - <행복을 주는 사람 > 中에서-

'□ 전하고싶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인연, 행복, 만남 (0) | 2026.02.04 |
|---|---|
| 2026년 새해 인사 (0) | 2026.01.03 |
| 서로의 시차(時差)를 안아주는 일 (0) | 2026.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