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한가운데 삶의 범속성에 지쳐 고개 드니 내 나이가 그럴까 목적 없는 배는 항해를 멈추고 길 잃은 새는 날갯짓을 접는다 끝없는 길, 끝없는 사랑도 그 끝이 가늠되는 시점 더는 무엇을 잡고 있어야 할까 잠시 숨 고를 시간이 허락되고 긴 시간의 절벽 앞에 서 가늘고 희미한 길을 바라본다 숨이 가빠오고 통증이 몰려온다 이제껏 걸어온 길이 긴 뱀이 벗어놓은 허물처럼 쇠락하여 펼쳐져 있다 황량한 산들은 더 이상 푸름을 경계하고 모든 생명의 발들임마저 거부한다 주저할 수 없는 길 이정표 없는 길 위가 달갑지마는 않다 오직 나의 가슴과 두 발만이 길잡이 샛별이었음을 의뭉스러운 저 달은 말이 없고 그래도 중단할 수 없는 길 걸음을 멈추는 순간엔 모든 환희와 절망이 멈추겠지 숨조차 멈춰 종국엔 박제가 되겠지 그 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