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내리는 길을 걸으면 가을에 축축하게 비 내릴 때마다 나무들은 알몸이 되고 싶은지 단풍 든 잎새들을 떨궈냈다 비 내리는 길 바라보고 있으면 고독 속에 신열을 앓던 외로움 덩어리가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거리에 떨어진 낙엽들이 흥건히 빗물에 젖고 한산해지는 저녁 무렵 가을 길을 걷고 걸어도 피곤한 줄 몰랐다 가을은 왜 우리 가슴에 짙게 머물다 가는가 세월 가듯 구름 가듯 모두가 떠나가야 하는 느낌이 마음한구석에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