퍙생 옷 한벌 안 사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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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옷 한 벌 안 사준

'짠순이' 엄마가 돌아가신 뒤 내게 유산 20억을 남겼다


장례가 끝난 지 4일이 지났지만, 주책맞은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 찢어지게 가난한 삶이 싫어 엄마와 연까지 끊었는데도 슬픔을 가눌 길이 없었다.

한참을 펑펑 울었을까. 혼자 남은 조카가 걱정됐는지 외삼촌이 찾아왔다.

몇 가지 생필품과 먹을 것 등을 사 온 외삼촌은 할 말이 있는지 한참 동안 입술을 달싹였다. 이윽고 외삼촌의 입에서 믿기 힘든 말이 나왔다. 엄마가 20억의 유산을 남겼다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도대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원래 알던 엄마라면 20억은커녕 수중에 20만 원도 있을까 말까 한 극빈층이 확실했다.

어렸을 때부터 봐온 엄마는 그랬다. 말끝마다 돈을 달고 살았고, 돈 좀 벌어보겠다며 어린 딸을 외로이 두고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다.

고등학교 때까지 빌었던 소원이 '가족과 밥 먹기'였으니 얼마나 오랜 시간을 혼자 지내왔는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자 유일한 소원이던 가족 식사도 싫어졌다. 하루에 부모님 얼굴을 보는 시간은 잠들기 전 30초, 아니면 고함을 지르며 싸우는 모습뿐이었는데 뭘 더 바라겠는가.

옷 한 벌, 신발 한 켤레도 사치였다. 옷이 뜯어진 줄도 모르고 입고 다니면 그제야 옷 한 벌 사주고, 신발 밑창이 뜯어져 비 오는 날 젖어버린 양말을 보면 신발 한 켤레 사준 게 전부다.

그마저도 "네가 험하게 다룬 거다"며 혼나곤 했다.

우여곡절 끝에 성인이 됐지만 고통은 여전했다. 남들은 용돈 받으며 하하 호호 다닐 때 그 시간에 평일이고 주말이고 야간까지 닥치는 대로 알바를 해 돈을 벌었다.

21살이 되고 어느 정도 돈이 모이자 미련 없이 가족과 연을 끊어버렸다.

독립한 지 3년이 지나고 부모님이 이혼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남이라 생각하고 무시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20억 원을 남겼다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외삼촌은 사실 엄마가 돈도 많고 건물도 있다고 했다. "돈 같은 거 필요 없으니까 한 번만 밥 먹어달라"고 했을 때 들은 체도 안 하고 나가더니, 이런 비밀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외삼촌을 바래다 드리고 오는 길, 어렸을 때 그토록 먹고 싶던 붕어빵을 5천 원어치나 샀다.

눈물이 줄줄 흘렀지만 꾸역꾸역 숨도 안 쉬고 전부 먹었다.

20억 원이 생겼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돈 때문에 대학도, 친구도 포기하고 독하게 살아온 인생이 너무 허무했다.

돌아가실 때까지 속이고 딸 독하게 키워서 좋냐고 묻고 싶다.

저 돈으로 뭘 해야 할까. 흥청망청 써야 할까, 받기도 싫으니 사회에 기부할까. 인생이 속은 기분이라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tvN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딸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죽고 싶을 것 같다"며 지난 18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에 해당 사연을 올렸다.

20억 원이라는 큰돈을 갖게 됐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가족의 신뢰'를 잃은 딸이 받은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엄마 입장에서는 딸이 돈의 소중함을 깨닫고 더 강하게 크기 바랐을 수도 있다.

한 누리꾼 역시 "부모가 돈이 있어도 티 안 내고 더 독하게 대한 것도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결국은 당신에게 돈을 남겨줬으니, 당신이 뭔가를 깨닫길 바랐을 것"이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도대체 주인공의 엄마는 왜 죽기 직전까지 딸에게 사실을 숨겼던 걸까.


>출 처 -<좋은글> 中에서-
>이미지 출처 - 무료이미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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