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편《삶에 스며든 사랑의 순간 》

13편《삶에 스며든 사랑의 순간 》
— 비워진 공백조차 따스함이 되는, 미정과 경호의 하루


“사랑은 말하지 않아도 흐른다.
때로는 침묵이,
때로는 무심한 말투가
오히려 더 깊은 마음을 품고 있음을
우리는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된다.”

밤이 깊었다.
작은 전등 아래,
미정은 경호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다시 들여다본다.
어떤 건 짧은 인사,
어떤 건 이모티콘 하나뿐이지만
그 모든 것들이
하루를 지탱해준 사랑의 조각들이었다.

“치이…”
“ㅊ이”
그 말들은 마치 익숙한 숨결처럼,
그녀의 입꼬리를 천천히 들어 올린다.

“사랑은,
익숙함 속에 숨어서 조용히 자란다.
어제의 대화, 오늘의 눈빛,
그리고 내일의 약속,
모두가 그 흔적이다.”

“검정스타킹… 아직 없어.”
“여보 만나는 날 살게.”

그 말에 경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사진 하나가 전송됐다.
그가 원하는 이미지였을까,
아니면 단지 그녀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그녀는 그 사진을 몇 번이나 눌러봤다.
그 속엔,
그가 그녀를 향해 뻗은
조용한 그리움이 들어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채근하지 않았다.
묻고, 기다리고,
가끔은 다정하게 침묵하며,
그렇게 한 걸음씩 마음의 거리를 좁혀갔다.”

“여보 만나는 날 살게.”
그 말에 담긴 기다림.
그건 단순히 물건 하나의 약속이 아니었다.
그와 마주할 하루,
그 하루를 위해 그녀가 마음속에서 미리 준비해온 설렘이었다.

그리고 경호는 말했다.
“사지마.”
“나를 신뢰하자.”

그 말은 그녀에게
‘내가 너를 지켜줄게’라는
조용한 서약처럼 들렸다.

“우리는 때때로 불안하다.
미래가 보이지 않아,
오늘도 흔들린다.
하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불안은 실체 없는 허상이다.”
경호는 그녀에게 그렇게 말했다.
미래를 너무 걱정하느라
지금 곁에 있는 따뜻한 것을 놓치지 말자고.

그 말이 미정의 가슴을 찌르듯 울렸다.
그래, 지금 이 순간
서로가 존재하는 이 시간이
얼마나 귀하고 깊은 것인지.

“사랑은 완벽해서 감동을 주는 게 아니라,
불완전한 우리가
서로에게 기댈 수 있기 때문에 아름답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돼.”
“나는 지금 네가 참 좋아.”

경호의 마지막 말은
미정의 하루 끝에 놓인 조용한 위로였다.
눈을 감으며,
그녀는 그 말 하나만 품었다.

그 말이면 충분했다.
불안했던 오늘도,
아득한 내일도
그와 함께라면
조금은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랑이란,
매일 밤 같은 말을 반복하더라도
그 말이 여전히 가슴을 뛰게 하는 것.”

“여보야.”
“사랑해.”
“잘자.”

그 말들을 되새기며,
미정은 스르르 잠에 든다.
그녀의 손끝엔 아직,
그의 메시지가 따뜻하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새벽이
서로의 이름으로 다시 시작될 것이다.

— 서로를 부르는 말, 그것이 사랑의 첫 문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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