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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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엽서 / 조민석


친구야
잘 있는가

조석으로 찬바람 불어
이제는 가을이 깊어지는데

한낮의 가을빛은 너무나
따갑기만 하네 그려

오늘은 왠지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했던
개구쟁이 시절이 새삼 그립고
생각나게 하는 날인가 보네

언제나
이맘때면 기억의 저편에서
아름다운 추억 하나 오려내어
빛바랜 앨범 속에 끼워 넣었지

지금도
그때처럼 굴렁쇠 굴리면서
만추의 들녘을 지나 냇가에
은어를 잡던 그 시절 생각나는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짱돌에 맞은 은어의 비닐 냄새가
여간 코끝을 자극하고 있다네

배고픈 그 시절
구수한 된장 박
고추 마늘 끼워 넣고
은빛 은어 쌈을 싸면
천하의 일미였던 그 맛


입안에 맴도는
알싸하고 싱그러운 느낌

시냇물 소리가
일시에 정지하고
정적이 꼬리를 감출 시간
삼라의 감칠맛이 꼴딱 넘던 날

둠벙의
오리마냥 
마냥 헤집고 다녔었지

지금도
급자둥벙
냇물이 흐르고
세월의 불빛 아래 침묵하는데

친구야
우리하번
다녀오지 않을래

구월의
만추 잠자

>출처 - <인문학>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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