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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화 앞에서 🌸
보이지 않기에
더욱 깊은 땅속 어둠
뿌리에서 줄기와 가지
꽃잎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걸어온
어여쁜 봄이
마침내 여기에 앉아 있네
뼛속 깊히 춥다고 신음
하며 죽어가는 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하던
희다힌 봄 햇살도
꽃잎 속에 접혀 있네
해마다 첫사랑의 애틋
함으로
제일 먼저 매화 끝에
피어나는 나의 봄
눈속에 묻어두었던
이별의 슬픔도
문득 새가 되어 날아오네
꽃나무 앞에 서면
갈 곳 없는 바람도
따스하여라
살아갈수록 겨울은 길고
봄이 짧더라도
열심히 살 거란다
그래.알고 있어
편하게만 살 순 없지
매화도 내게 그렇게
말했단다
눈이 맑은 소꼽동무에게
오늘은 향기 나는 편지를 쓸까
매화는 기어이 보드라운
꽃술처를 숨겨두려던
눈물 한 방울
내 가슴에 떨어뜨리네
- 이해인 -
>글출처:카스-한줄의행복
>이미지 출처:카스-한줄의행복
20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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